말씀의 이삭 11/4 - 새 하늘과 새땅

종교 이야기 2012. 11. 4. 09:10

[말씀의 이삭]

 

 

새 하늘과 새 땅

  다르면서도 같고,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것이 가져다주는 차이를 어린 나이부터 느끼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이 꾸는 동화 같은 꿈을 갖기보다 매우 냉철하게 자신의 현실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제게 주어진 부유함과 가난함, 강하고 약한 것을 가감 없이 따지며 열심히 살고자 했습니다. 주저앉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가난하고 힘없는 가족이 저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었습니다. 내 가족을 똑바로 지켜내고야 말겠다는 책임감과 오기 서린 사랑이 제 버팀목이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온갖 노력으로 지키고 발전시켰으며, 제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엔 휘둘리지 않고 내려놓았습니다. 일상은 팽팽하게 당겨진 화살처럼 목표를 겨냥하고 있었습니다.

  녹록하지 않은 생활이었지만, 가수로서 점차 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노력 이상의 어떤 힘이 저를 지키고 위로와 힘을 주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가톨릭 교리를 배우게 되면서 어렴풋하던 것들이 또렷해졌습니다. 1984년 세례성사를 받으면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새 하늘과 새 땅을 주님은 제게 열어주셨습니다.

  눈에 보이는 생활은 세례 전이나 후나 변한 것이 없지만, 다가오는 모든 일을 행하는 저는 예전의 제가 아니었습니다. 하느님을 알기 전에는 제게 다가온 어려움의 무게만 크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애썼던 이유가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성공하여 가족들이 더는 서럽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세례 후에는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갖가지 어려움과 고통 속에 사는 것이 보였습니다.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사랑하고 위로하고 싶어서 무대에 서고 마음을 담아 노래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힘든 순간에도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손을 함께 부여잡아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냉정한 현실을 원망하던 전과는 달리 그 안에 숨겨진 하느님의 뜻을 물으며 그 사건을 해석하려는 긍정적인 마음이 자라면서 더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같은 일에서도 기쁨은 점차 커졌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하느님의 자녀로 산다는 것은 마치 같은 도구인데 사용하는 목적이 전혀 달라진 것과 같았습니다. 마치 잘 벼려진 칼이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는데 사용되다 사람을 살리는 칼로 용도가 바뀌는 것과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저는 하느님의 자녀가 된 후에 더 열심히 노력했고,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엔 가능한 한 달려가 마음을 담아 필요에 응답하고자 했습니다. 앞으로도 제게 주신 하느님의 재능을 주님이 기뻐하시는 방법으로 사용하고 싶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해’ 하고 자족하며 안주하지 않고 매일 아침 선물을 받는 마음으로 온 마음과 힘과 정신을 담아 연습하고 진보하고자 합니다. 일상에서도 가수로서 노래하면서도 “주님, 이것이 제가 드릴 수 있는 전부입니다.”라고 고백하며 하루를 봉헌하는 행복한 하느님의 자녀로 살고자 그분의 도우심 안에서 오늘도 힘차게 하루를 엽니다.

인순이 세실리아┃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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