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의 믿음을 본받는 삶

종교 이야기 2012. 9. 23. 18:14
[생명의 말씀]

순교자의 믿음을 본받는 삶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 신 부님은 사형집행 전 마지막 설교를 했습니 다. “나의 마지막 때가 왔습니다. 나는 천 주님을 위해 죽습니다. 이제 영원한 생명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죽은 후 행복 을 찾으려면 천주님을 믿으십시오.” 설교가 끝나고 김 신부님은 의연하게 관리들을 향 해 “자! 이렇게 하면 나의 목을 쉽게 자르겠 느냐?”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던 기백과 용기는 주변 사람들 을 감동시켰습니다. 이 모든 것은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으로 가능했습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에는 김대건 안드레아 성 인을 비롯한 103위의 순교성인이 계십니 다. 103명 중 79명은 1925년에, 그리고 24명은 1968년에 시복된 후 1984년 한국 천주교회 창설 200주년을 기념해 방한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5월 6일 모두 성인품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아 많은 분들이 순교성인들의 굳 은 신앙을 되새기며 성지를 순례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최대 순교 성지는 어디 일까요? 바로 서소문 밖 네거리, 현재의 서 소문 근린공원(서울 중구 의주로) 일대입니다. 조선 시대 남소문(현재의 광희문)과 함께 서울 도성의 유해를 성 밖으로 운반하는 곳이 었던 서소문 밖 네거리는 신유(1801년)·기 해(1839년)·병인(1866년) 박해를 거치며 가 장 많은 천주교우들이 처형된 한국 최대 순 교지입니다. 103위 성인 가운데 44위, 125위 하느님의 종 가운데 21위가 이곳에 서 신앙을 증거하며 처형되었으니 국내 최 대이자 세계적 성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영세자 이승 훈을 비롯해 정약종, 최창현, 강완숙 등 초 기 교회의 대표적인 평신도 지도자들이 순 교의 피를 흘린 곳이 바로 이곳 서소문입니 다.

1984년 103위 순교성인 시성을 기념해 서소문 근린공원 내에 ‘순교자 현양탑’을 세 우고 많은 신자들이 성지를 찾아 기도를 바 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소문 근린공원 지 하에는 재활용품 집하장과 공영주차장 등이 위치하고 있고, 철길로 가로막혀 접근이 쉽 지 않습니다.

서소문 성지는 학문 연구를 통해 신앙을 찾고 자발적인 노력으로 교회를 세우고 신 앙을 실천했던 대부분의 평신도들의 순교지 라 할 수 있습니다. 교회사뿐 아니라 사회, 종교, 근대사적 가치를 지닌 서소문 순교 문화역사공원 조성이 된다면 세계 최대 천 주교 순교성지가 될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우리 신자 모 두가 한마음으로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그 리고 이곳이 우리 신앙인에게 얼마나 소중 한 곳인지 잘 알아야 할 것입니다. 순교성인 들의 정신을 본받기 위해 우리 신앙인들 각 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신앙생활을 성실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순교 성인들의 후예답게 이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에 신앙의 빛을 전 하고, 복음을 증거하는 참 신앙인이 되도록 더한층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한국의 순교성인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허영엽 마티아 신부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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