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21 - 말씀의 이삭

종교 이야기 2012. 10. 21. 10:20
[말씀의 이삭]

둘이나 셋이 모인 곳에

어느 날 촬영을 하다 쉬는 시 간에 선배 배우가 말했습니다. “내가 감기 몸살로 방에서 쉬고 있는데 어린 아들이 들어오잖 아. 그래서 ‘아빠가 아파서 좀 쉬어야 하니까, 나가서 엄마하 고 놀아.’라고 했지. 그랬더니 이 녀석이 ‘아빠, 내가 지금 하 느님께 아빠 꼭 낫게 해달라고 기도 할게. 그럼 아빤 곧 나을 거야.’ 그러는 거야. 그래서 이 렇게 나왔지.” (하하하…)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부러웠습니다. 평소에도 이웃 에 대한 배려가 남달랐는데 그 선배를 멋지게 한 비밀이 신앙 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저도 훗 날에는 제 아이에게, 현재는 함 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값 진 신앙의 유산을 전해주고 싶 다는 갈망이 뜨겁게 일어났습 니다. 가만히 제 삶의 자리를 돌아보니, 하느님을 믿고 따르 는 사람들이 항상 곁에 있었습 니다. 그래서 제가 하느님을 못 본 체할 때도 완전히 하느님을 잊지 않도록 배려했다는걸 깨 달았습니다. 저는 인복이 참 많 은 사람입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던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하느님이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난 저는 모 든 것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 고, 하느님의 손길이 모든 것 안에서 느껴져 매일 신명 나서 살았습니다. 이런 제 모습을 보 고 지인들이 많이 놀랐습니다. 딴사람이 된 것 같다며 관심을 보이다 저와 함께 성당에 나오 기 시작하는 분들이 많았습니 다. 그때 저는 기쁘면서도 두려 웠고 큰 책임감도 느꼈습니다.

미사 때 부른 성가 “둘이나 셋 이 모인 곳에

…”(가톨릭 성가 456)가 자연스럽 게 제 마음 안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과 함께 힘을 모 으고 나눌 보금자리를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그곳에서 힘을 얻고 그 통로를 통해서 사람들 에게 다가가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 이 들었습니다. 현재 제가 몸담 은 회사는 이렇게 시작되었습 니다. 그곳에서 저희는 서로 하 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심을 일 깨우고, 서로 위로하고 용기를 실어주며 더불어 가고 있습니 다. 가끔 나약하기에 하느님의 뜻을 잊고 느슨하게 살라치면 동료 중에 누군가가 일침을 가 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혼 자서 보다 더불어 하느님을 향 해 가는 것이 얼마나 유익하고 감사한 일이지 알게 됩니다.

영화 “식객”을 촬영할 때는 촬 영지에 있는 크고 작은 성당들 을 찾아가 미사참례를 하고 잠 시 기도드리며 서로 힘을 북돋 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아 무리 열악한 상황이 닥쳐도 모 두가 웃음을 잃지 않고 문제들 을 해결해 나갔습니다.

하느님의 자녀로 산다는 것은 이렇게 서로서로 북돋아 주고 자기가 만난 하느님을 이웃과 나눌 때 성숙해진다고 봅니다. 혼자 신앙생활을 할 때보다 더 쉽게 더 기쁘게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덜 유혹에 빠질 수 있으며 자신의

빨리 빠져나올 수 있다는 걸 체 험합니다.

오늘도 저는 저와 더불어 생 활하는 저의 매니저를 비롯한 동료와 지인들이 함께 있기에 미약하지만 하느님의 뜻을 따 르며 가고 싶다는 마음의 등불 을 밝히고 있음을 믿습니다.

김래원 요셉┃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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