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14. 생명의 말씀

종교 이야기 2013. 4. 14. 09:25
[생명의 말씀]

 

 

발현하신 예수님 알아보기

  그리스도교 영성생활에는 ‘수덕생활’과 ‘신비생활’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수덕생활의 수덕은 닦을 ‘수(修)’와 덕 '덕(德)’으로 이루어져 글자 그대로 ‘덕을 닦는다’ 즉 ‘덕행에 정진한다’는 뜻입니다. 이 단어의 어원인 그리스말에는 ‘운동선수가 반복해서 훈련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데, 그 단어를 그리스도교에서 덕행을 수련하는 일에 적용하여 사용하였던 것입니다. 국위를 선양하고 있는 운동선수들은 개인적인 일들을 참아가며 매일 열심히 반복
훈련을 하였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도 완덕을 이루어 하느님을 만나는 체험을 하기 원한다면, 먼저 나태해지는 자신을 극복하고 매일 열심히 덕을 닦아야만 하느님의 은총으로 신비생활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만약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앞에 나타나신다면, 그분이 예수님이시라는 것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겠습니까? 2001년 봄 BBC 방송국에서는 ‘신의 아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발표하면서 예수님의 얼굴로 추정하는 그림을 함께 발표하였습니다. 1세기경 이스라엘 사람들의 유골 자료를 수집하여 평균값으로 작성한 얼굴은 예술가들의 상상에 의해 그려진 유럽사람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모습이 실재 예수님의 얼굴에 더 가까울 수 있다고 했지만 우리는 그 얼굴을 가지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확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복음서들이 전해주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발현 이야기에 흥미로운 점이 한가지 있습니다. 평소에 예수님과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이 발현하신 예수님을 얼른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무덤이 비어있는 것을 보고 슬퍼하던 마리아 막달레나는 발현하신 예수님을 정원지기로 여기다가, “마리아야!”라고 부르시는 목소리를 듣고서야 예수님을 알아보게 됩니다.(요한 20,11-18 참조)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도 한나절을 함께 걷던 분이 예수님이신 줄 모르다가, 저녁 식탁에서 예수님께서 빵을 들어 찬미를 드리신 다음 떼어 나누어 주실 때에 비로소 예수님을 알아보게 됩니다.(루카 24,13-35 참조) 오늘 복음에서도 제자들은 물가에 서 계시는 분이 예수님이신 줄 모르다가, 배 오른쪽으로 그물을 던지라는 말씀을 듣고서야 예수님을 알아보게 됩니다.

  뒤늦게나마 제자들이 예수님을 알아보게 되는 시점은 예수님과 함께했던 친숙한 시간의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공유하는 기억을 통해서 예수님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도 사도들은 유다 종교지도자들의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끊임없이 퍼뜨림으로써 예수님과의 추억을 잊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는 예수님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반복하여 실천하는 수덕생활을 통하여 예수님과 공유하는 소중한 추억을 많이 쌓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은총으로 신비생활에 참여한 우리는 영적인 눈이 열려 예수님을 올바로 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전영준 바오로 신부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예전부터 의문인 부분이었다. 그렇게 따르던 예수를 알아보지 못한다는건, 다른사람이 거짓으로 부활을 알리려고 꾸민 짓이라고 밖에...

오늘에서야 진심은 마음가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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